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イレイン物語

일레인 이야기

일레인은 수년 전에 , 제가 가르치는 한국어 과정에서 한국말을 배운 캐나다 여성입니다 . 나는 그 때도 지금처럼 일 주일에 한 번씩 워털루 대학에 출강해서 한국계 학생과 비한국계 학생이 반반 정도 섞여 있는 학급에서 한국어를 가르쳤습니다 . 일레인이 처음 저한테 전화를 걸어 온 것은 신학기를 몇 주 앞둔 때가 아닌가 합니다 .

신학기가 시작되기 몇 주 전이면 배우는 학생이나 가르치는 선생이나 ‘ 또 새로운 시작을 하는구나 .' 하고 긴장감이랄까 기대감이랄까 하는 것을 가지게 마련입니다 . 그런 가운데에 학교에서 사무적인 전화가 오기도 하고 학생들의 문의 전확 오기도 하는 것입니다 .

일레인의 전화는 그런 의례적인 전화 중의 하나였는데 , 영국계 억양이 짙은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그녀가 정중하고 의사표시가 분명한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. 그녀는 먼저 , 자신은 워털루에서도 한참 떨어져 있는 조그마한 읍에 살고 있는 가정 주부라고 소개했습니다 . 그리고 자기가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워털루 대학에 한국어 과정이 새로 개설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면서 , 그 수업 전에 자기가 어떤 것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지를 물었습니다 . 그리고 자기처럼 나이가 많은 사람도 과연 새로운 말을 배울 수 있을지 은근히 걱정이 된다고 하면서 내 의견을 물었습니다 .

사실 , 오랫동안 한국말을 제 2 의 언어로 가르쳐 오면서 느낀 것은 , 새로운 말을 가장 효과적으로 배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습자 자신이 그 말을 배우겠다는 확고하고 적극적인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. 더욱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면 ,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말을 배우는 기초 과정에서는 학생의 지적 능력이나 어학에 대한 소양 같은 것보다 말을 배우겠다는 진지한 태도와 열의가 그 결과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.

한국어를 배우겠다고 사방으로 알아보고 , 또 이 한 과정을 듣기 위해 추운 겨울에 먼 곳에서 오겠다는 정성을 보니 , 그녀가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이 너무나 분명해서 , 저는 당신 같은 사람이면 물론 배울 수 있다고 크게 격려해 마지않았습니다 .

그런데 저를 정말 놀라게 한 것은 , 제가 그녀에게 왜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느냐고 물었을 때의 그녀의 답변이었습니다 . 일레인은 차분하게 , 왜 자기가 한국말을 배우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.

일레인과 그의 남편 사이에는 자식이 없어서 한국에서 아들을 입양해 왔다고 합니다 . 그러니까 그 아들 에릭은 생후 5 개월 되던 때에 한국의 생모를 떠나서 이 먼 캐나다로 와서 일레인 부부의 아들이 된 것입니다 . 그런데 이제 에릭이 일곱 살이 되면서 여러가지 생각해 볼 점이 생겼는데 , 그 중의 하나가 그의 뿌리를 찾아 주어야겠다는 것입니다 . 에릭 역시 이 곳에서 자라는 한국계 어린아이들의 경우처럼 학교에서 가끔 중국인이라고 놀림을 받는데 , 집에 돌아와 그 이야기를 하고 속상해하면 , 일레인은 너는 중국 사람이 아니고 한국 사람이라고 대꾸하라고 일러 준다는 것입니다 . 저는 일레인의 그 처방이 이런 경우에 얼마나 타당한지 하는 문제는 제쳐놓고 , 그녀의 처방이 여기 사는 다른 한국 부모들과 같은 데 놀라는 한편 , 마음이 아팠습니다 .

어쨌든 일에인은 아들을 뿌리를 가진 한 당당한 인간으로 키우기 위해 그에게 한국말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. 그녀는 “ 나는 내 아들이 뿌리도 없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인간으로 대접받는 것은 참을 수가 없어요 .” 하고 단호하게 이야기했습니다 .

그런데 문제는 , 에릭이 어려서 대학의 정규 과목으로 개설되는 한국어 과정을 수강할 자격이 없다는 데 있었습니다 . 그래서 궁리끝에 일레인 자신이 아들 대신에 대학에 와서 한국어를 배워 가지고 아들을 가르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.

저는 그 동안 한국말을 배우는 여러 가지 이유들을 들었지만 , 이런 경우는 ' 음이었습니다 . 그리고 그 양아들을 생각하는 그녀의 깊은 마음에 감동하였습니다 . 저는 ‘ 야 , 이런 사람도 다 있구나 !' 하고 놀랐으며 , 그 놀람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. 나 같은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인종과 문화가 다른 먼 나라에서 아이들을 데려와 입양하는 사람들의 경지를 이해한다는 것도 힘든 일인데 , 그녀가 입양한 자식을 위해 그토록 애를 쓰는 것을 고보는 말을 잃을 지경이었습니다 . 저는 속으로 뜨끔하면서 내가 그동안 접촉해 왔던 한국 부모들 중에 왜 한국말을 애써 가르쳐야하느냐고 의아해하던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얼굴을 붉히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.

이러한 일레인이 그 학기 한국어 과정을 아주 좋은 성적으로 마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. 두 개의 대학에서 두 개의 학사 과정을 마치고 지리학으로 석사 과정까지 마친 그녀는 정부 기관과 교육청에서 근무했다고 하는데 , 한창 젊은 학생들과 어깨를 맞대고 공부하면서도 감각이나 판단력에 있어서 조금도 뒤지지 않았습니다 . 그녀는 말을 배우는 데 필수적인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했으며 , 무엇보다도 자기 아들의 모국인 한국과 한국 문화를 배우겠다는 열의에 차 있었습니다 . 일레인이 한국어 과정을 이수하는 동안 , 그녀의 남편은 가끔 아들 에릭을 데리고 와서 일레인을 기다렸고 , 수업이 끝나면 우리는 같이 구내 식당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.

일레인의 남편은 프랑스계 캐나다 사람인데 , 사색적인 인상을 주는 기술자였습니다 . 일레인은 자기는 영국계 , 남편은 프랑스계 , 아들은 한국계라서 자기 가정이야말로 캐나다의 대표적인 복합 문화주의 가정이라고 농담을 하곤 했습니다 . 어느 날은 에릭을 데리고 한국을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가지고 와서 보여 주었는데 , 그 속에는 에릭이 한복을 입고 자랑스런 표정으로 찍은 모습도 있었습니다 . 그런 시간에 엄마 아빠가 선생님한테 한국말로 인사하라고 하면 수줍어서 아버지 다리에 매달려 고개를 내밀곤 하던 에릭을 보면서 , 어느 친부모 밑에서도 저보다 행복하지는 않으리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.

일레인이 한국어 과정을 마치고 난 후 , 그녀는 저와 제 아내를 자기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. 제가 길눈이 어둡고 사람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아는 일레인은 화살표를 그린 안내 팻말들을 큰길에서부터 자기 집 앞까지 붙여두었었습니다 . 그런데 그 화살표를 그린 팻말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일레인의 낯익은 한글 글씨로 크게 “ 안녕하세요 .”, “ 안녕하세요 .” 하고 쓰여 있었습니다 . 한 획 한 획 정성을 들여 쓴 그 글씨에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끊어서 소리를 내는 일레인의 한국말 발음이 연상되어 저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. 저한테는 그보다 더한 환영의 표현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.

作成:2008.8(更新:2016.10)